[ 언커먼 콜렉터 ] 한혜수의 언커먼하우스

December 24, 2020



Collector_정영은 | 강희철

자기 소개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른다섯 청춘인 한혜수입니다. 사법시험 탈락 후 결혼과 출산이 이어졌고, 33개월의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세상사 모르는 것이 많아 창피한 마음에 허겁지겁 독서를 하고 있고, 사춘기 시절 마땅히 해야 했을 직업 탐구생활을 지금에서야 하고 있는데요. 오래도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탐색 중이에요.

저는 혜수님이 강원도 양양에 사실 때부터 지켜봐 왔는데요. 거주지가 서울로 바뀌게 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해요.

가장 큰 건 바다 냄새가 나지 않고, 서핑을 못 한다는 것이지요. 대신 산이 보이고 개구리 소리가 들리는 숲 가까이에 자리를 잡아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요.

도시마다 각각의 호흡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울은 호흡이 빠른 도시죠.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 호흡을 따라 지내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다짐해도 실천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반대로 양양은 호흡이 느려요.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가 가능했죠. 조금 심심하기도 했는데, 그래야 진정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서울은 그런 틈이 좀 없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올리시는 #혜수식당 의 태그가 인상 깊어요. 요리를 즐기는 혜수님에게 언커먼 하우스 ‘대물림 테이블’이 주는 기쁨이란 어떤 것일까요?

저는 아직도 제 미래가 궁금해요. 아이의 미래보다 제가 뭐가 될지 더 궁금하죠. 어쩌면 그게 요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요리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 앞에서 꽤 공을 들여서요.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차곡차곡 남겨놓고 있어요.




그런 요리의 배경이 되어주는 게 바로 테이블인데요. 저는 우드 테이블을 좋아하지만, 식탁 상판이 우드였을 때 오염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것이 고민 포인트였어요. 아직 어린 아이에게 조심해서 쓰라고 요구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그러다 발견하게 된 게 바로 이 대물림 테이블이었죠. 우드가 베이스이긴 하지만 상판 관리가 무척 쉽고, 컬러도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아래에 물건을 넣어둘 수 있는 하부 선반이 있어서, 힘들게 식탁 위를 치우지 않아도 돼서 너무 편하고 좋아요. 아이가 어려서 음식을 식혀서 줘야 할 때가 많은데 하부 선반에 손 선풍기를 두었더니, 매번 가지러 가지 않아도 쉽게 꺼내서 쓸 수 있어 좋아요.


버건디 컬러의 테이블을 선택해주셨어요. 보통 이런 컬러 테이블을 선택할 때 질릴까 봐 고민 많이 하시잖아요.

버건디 테이블에 제 추천사를 붙여놔 주시겠어요? 튀지 않아요! 질리지 않아요! (웃음) 일단 흔치 않은 컬러예요. 언커먼 하우스 가구를 선택할 때는 기왕이면 가장 ‘언커먼한 색상’을 들이고 싶었어요. 화이트 상판의 원형 테이블 요즘 참 많이 보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피하고 싶더라고요. 저희 집에는 이미 무난한 티크색의 가구가 많아서 식탁만큼은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요.

많은 가구 브랜드 중에서 언커먼 하우스 가구를 선택하신 이유는?

가구도 사람도 ‘언커먼(uncommon)’해서요. 오래도록 응원하면서 지켜봐 왔어요. 대표님이 가구를 대하는 마음의 깊이를요. 아버님의 일을 이어가시는 방향성,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 퇴사 후 육아와 새로운 도전을 병행해 나가는 한 여성의 조화로운 여정을 응원하고 있었죠.

그리고 지금의 집에서는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살 것 같은데요. 오래 머물 집이다 보니 가구 또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언커먼 하우스가 곧바로 떠올랐죠.


가구를 선택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세요?

가구를 산다는 건 사람을 곁에 두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생각보다 너무 따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봤을 때 마음이 움직이는가를 봤죠. 사람을 좋아하는데 명확한 이유가 없을 때가 많잖아요. 저에겐 가구도 그런 것 같아요.

저는 하나를 신중하게 들여 오래 함께 하는 편이에요. 신혼 때 샀던 까사미아 헤링본 테이블은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나무의 질감이 좋아 청소를 더 열심히 해주면서 아직도 사용하고 있어요. 중고 가구도 꽤 있는데요. 거실의 원목 사이드 테이블은 대학로의 어느 카페가 문 닫으면서 내놓으셨던 물건이고, 서재방의 원목 의자와 수납장은 일산의 어느 카페와 목공방에서 사용되던 거였죠. 새것과 낡은 것, 고가와 저가인 가구가 서로의 존재감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저희집을 채워주고 있어요.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요즘은 거실을 꼽고 싶어요. 날이 더워지고 실링 팬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식물 친구들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거든요. 푸릇푸릇하게 커가는 식물 친구 옆에서 실링팬의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흔들의자에서 책을 보는 시간은 정말 행복해요. 주방과 다이닝룸도 꽤 신경을 많이 썼지만, 기능적인 부분이 중심이다 보니 거실 공간이 더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혜수님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집은 저와 가족들의 얼굴이자 정체성인 것 같아요. 숨길 수가 없죠. 집을 찬찬히 살펴보시면 어떤 인간인지 탄로 나고 말지요. 법전을 보아하니 법학을 전공했고, 책이 많은 걸 보니 독서광이고, 주방 살림을 보면 집밥을 꽤 자주 차려 먹는 것 같고, 미술 도구를 보면 취미를 예상할 수 있죠.

집이 곧 저라고 생각하면 더 자주 들여다보고 잘 가꿔나가고 싶어져요. 괜찮은 제가 집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괜찮은 집을 가꾸다 보니 제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건지 인과관계가 불분명하지만, 상관관계가 있음은 확실해요.